엘락(Elac)의 신작 카리나(Carina)는 초 염가 시리즈로 큰 성공을 거둔 데뷔(Debut) 시리즈와 새로운 하이클래스 모델인 벨라(Vela)의 사이의 빈 가격대를 채워주는 중급 하이파이 스피커 시리즈이다. 과거 200 시리즈의 자리를 대체하는 카리나는 중급 모델이긴 해도 가격적으로는 약간 비싼 입문형 스피커에 가까운 제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리나는 이 가격으로도 엘락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JET 트위터를 장착하고, 역돔형 알루미늄 샌드위치 드라이버를 기본 드라이버로 사용한 점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카리나를 만든 주인공은 스피커 제작자로 명성 높은 앤드류 존스(Andrew Jones)다. 그는 과거 탄노이, KEF, 그리고 TAD를 거치며 트위터와 미드·베이스가 하나의 유닛으로 설계된 콘센트릭 동축 유닛을 꾸준히 선보였는데, 엘락에서는 전혀 다른 콘셉트로 일반 돔 트위터와 미드·베이스 드라이버를 직접 만들어 탁월한 성능의 중·저가 스피커를 탄생시켰다. 연이어 등장한 모델들도 엘락의 유닛 대신 자신이 개발한 드라이버들을 계속 사용했는데, 정작 엘락의 트레이드마크인 JET 트위터와 역돔형 알루미늄 샌드위치 미드·베이스 드라이버는 단 한 번도 적용되지 않았다. 평생 사용해보지 않은 기술과 부품이니 나름 적응과 연구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드디어 4년만에 엘락의 드라이버를 기반으로 한 앤드류 존스판 스피커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 엘락의 JET 트위터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그가 직접 개발하고 생산을 책임진 새로운 JET 트위터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미드·베이스 또한 엘락스러운 드라이버지만 그의 손으로 설계된 새로운 유닛이 사용되었다. 애초의 문제는 가격적인 상한선이 있기 때문에 고가 모델에 사용되는 유닛을 쓸 수 없다는 제한이었고, 제작자 본인이 자신이 직접 컨트롤하고 설계한 커스텀 유닛이 필요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드라이버는 지난달 리뷰한 카리나 플로어스탠더의 것과 같은 유닛들이다. 5.25인치 알루미늄 역돔형 콘 드라이버가 중·저음을 커버하는데, 소구경 드라이버답지 않게 보이스코일과 마그넷은 대형 설계가 더해졌다. 역돔형 진동판은 공진점과 브레이크업 모드를 컨트롤할 수 있도록 곡률형 디자인이 되어 있다. 감도는 85dB로 낮은 편이지만 이 정도 사양은 요즘 소형 북셀프에서는 보통 수준이라 할 만하다.
캐비닛도 마찬가지로 플로어스탠더 모델과 동일하다. 작은 크기 덕분에 시각적으로 소형 모니터 스피커 같은 느낌을 주는데, 이음새 없는 매끈한 인클로저에 라운드로 깎아낸 모서리, 그리고 스무드하고 거친 느낌 없는 마감 처리로 만듦새는 가격을 잊게 만들 만큼 훌륭하다. 포트 설계는 매우 영리한 구조로 바닥을 향하고 있는데, 특별한 구조로 맞춰진 바닥 플레이트와 유기적으로 하나가 되어 시각적으로나 음향적으로나 안정된 결과물이 되었다.
테스트는 패스의 INT-250 인티앰프를 사용하고, 소스기기로는 루민의 D2를 연결했다. 얼마 듣지 않아도 카리나는 데뷔 시리즈 같은 중·저가 모델들과 달리 상당히 고급스러운 사운드임을 알 수 있으며, 같은 가격대의 북셀프 스피커들을 모두 잊게 만들 정도로 깜짝 놀랄 소리를 내준다. 중급이라고는 하나 여전히 저렴한 편에 가까운 북셀프 스피커임에도 대단히 풍부한 뉘앙스와 넓은 주파수 재생 대역으로 하이파이적 쾌감이 더해진 사운드를 들려준다. 특히 새로운 엘락의 드라이버들 덕분에 섬세함과 세련미가 담겨 엘락스러운 개성도 한층 더해졌다.
고역은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소리를 내며, 매우 빠르고 투명하고 개방적인 고역을 들려준다. 장점은 그런 대역의 확장성이나 수준급 디테일을 들려주면서도 절대 고역의 거칠고 굵은 입자감이 느껴지지 않으며, 해상력을 강조하다가 소리의 윤곽선에 굵은 링잉을 발생시키는 문제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중역은 중립적이며 투명하지만 절대 가늘고 고역으로 치우친 가벼운 소리로 변질되는 법이 하나도 없다. 덕분에 중·고역은 광대역의 확장성과 넓은 무대나 스테이지를 그려내고 투명도도 높지만 절대 차갑거나 귀를 피곤하게 만드는 밝고 거친 모습이 없다는 점에서 카리나에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오케스트라의 현의 울림과 디테일은 자연스럽고 매끄러우며 금관이나 목관 같은 관악기의 에너지도 절대 귀를 쏘는 자극감을 만들지 않는다.
엘락의 신작 카리나는 독일과 미국으로 나뉘어 다른 길을 걷던 기술과 제품이 드디어 유기적인 통합이 이루어진 성공적 시너지의 첫 작품이다. 가격, 성능 모두 엘락의 새로운 전성 시대로 불릴 만한 것으로, 놀라운 가격 대비 성능과 멋진 디자인과 만듦새로 북셀프 스피커 시장에 새로운 주인공이 될 것이다.
가격 156만원 구성 2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3.3cm 알루미늄 콘, 트위터 JET 리본 재생주파수대역 46Hz-30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2.7kHz 임피던스 6Ω 출력음압레벨 85dB/2.83V/m 권장 앰프 출력 30-150W 크기(WHD) 20.4×31.7×21cm 무게 6.7kg
출처 : 월간 오디오(http://www.audio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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