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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ON Research, 뮤라노 튜브 P70
지난 20여 년 동안 유니즌 리서치는 염가형 앰프와는 거리가 멀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가격으로 뛰어난 퀄리티의 진공관 앰프들을 만들어왔다. 



전자공학 교수라는(정확히 어느 대학의 교수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이 회사의 창업자이자 현재는 엔지니어링 디렉터, 자바니 사체티는 진공관 하이파이의 열렬한 애호가이다. 한 때 반도체를 사용한 하이브리드 앰프도 만든 적도 있지만 그의 몸에 흐르는 앰프 사상에는 언제나 진공관 앰프와 진공관 회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당연히 유니즌 리서치의 시작도 진공관 앰프가 시발점이었다.



현재 유니즌 리서치는 초기의 사체티 개인이 직접 설계, 생산에서 영업, 마케팅까지 하는 1인 체제 개인 회사에서 벗어나 설계와 생산, 마케팅이 분리된 구조로 회사 규모가 커졌다. 사체티 본인은 순수한 엔지니어로서는 유능했지만 나머지 부분에 있어서는 그리 재능이 뛰어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여전히 앰프 설계와 생산을 담당하고 있지만 회사 운영이나 마케팅 등 나머지 부분들은 이탈리아 스피커 업체 오페라에게 맡겼다. 사실상 회사를 오페라에 넘기고 자본을 투자받아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안정적으로 개발, 생산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꾼 것이다. 따라서 과거와 달리 유니즌 리서치의 제품 라인업이 늘어나고 세계적인 배급이 원할하게 개선된 것은 사체티가 아닌 오페라 스피커의 대표인 조바니 나스타의 재력과 지원 덕분이다. 나스타는 유니즌 제품군의 확충과 매출 증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오페라의 스피커나 유니즌의 앰프를 다루었던 디스트리뷰터들은 모두 두 회사 제품을 다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스피커를 제외한 유니즌 리서치 앰프들만 수입되고 있다.


리뷰 제품인 P70은 700 만원대 중반이라는 비교적(?) 고가의 진공관 인티 앰프다. 유니즌 리서치의 제품 포트폴리오에서는 많은 진공관 앰프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이 앰프가 갖는 의미라면 지금까지의 유니즌 리서치 앰프들과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과 새로운 설계 방식을 도입한 색다른 라인업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앰프의 출력은 채널당 70w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물론 진공관으로서는 높은 편이다) 상당한 크기와 35kg의 무게는 70w라는 수치를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상당한 거구이다. 출력에 비해 엄청난 규모를 보여주는 이유는 진공관 앰프 특유의 튼실한 전원부 그리고 출력 트랜스포머가 한 몫을 했기 때문이다.

전면 하단부에는 우아한 마감으로 완성된 나무 무늬가 유니즌 리서치의 전통을 보여주고 있으며(나무 무늬 외에 블랙 피아노 글로스 마감도 있다) 같은 크기의 상판 패널은 반투명한 유리 소재인 뮤라노(Murano) 유리를 채워 얼굴을 꾸몄다.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디자인은 기존 하이파이 제품들과 다른, 이국적이며 신선한 매력을 풍길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으로 이 회사에서 가까운 베니스에 있음을 의미한다. 베니스 인근에 있는 섬, 뮤라노는 중세 시대부터 지금까지 최고급 유리를 제작하고 있는 고급 유리의 산지로 유명하다고 한다. 새로운 제품에 맞춰 이탈리아적 아름다움을 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진공관 순수론자에 가까운 사체티는 오랜 세월에 걸쳐 싱글 엔드(Single Ended) 방식의 회로 설계만을 고집해왔지만 그의 최신작인 이 P70은 그러한 고집을 버리고 훨씬 대중적인 푸시 풀(Push Pull) 타입의 회로로 설계를 바꾸었다.

진공관 앰프 설계에 있어서 싱글엔드와 푸시 풀 방식의 차이에 대한 장단점 논란은 오랜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도 여전히 갑론을박이 남아있는 논쟁 거리 중 하나다. 비록 싱글 엔드 방식이 훨씬 더 달콤한 소리를 들려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푸시 풀 설계는 반대 급부로 훨씬 높은 출력과 효율성을 제공한다. P70을 유니즌의 싱글 엔드 앰프 Performance와 비교하면 P70은 4개의 KT88을 사용하여 채널당 70w 출력을 내는 반면 훨씬 더 크고  육중한 괴물인 Performance는 출력은 채널당 40w로 스펙이 낮다. 하지만 P70과 같은 KT88(또는 6550)관을 2개 더 많은 6개를 썼고 무게도 15kg 더 무거운 50kg이며 가격도 50% 이상 더 비싸다.




내부 구조는 듀얼 모노럴 구조다. 각 채널의 입력단은 2개의 ECC83 이중 삼극관 구성을 썼고 이후의 출력단은 2개의 KT88로 완성되었다. 유니즌이 자체 설계한 출력 트랜스포머는 30kHz까지 최대 출력을 뽑아내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며 독창적인 회로 덕분에 디스토션은 최대 출력에서도 0.2% 이하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특징이라 할 만한 점은 출력단의 진공관 바이어스는 자동으로 조절되어 어떠한 상태(심지어 앰프를 바로 켠 상태)에서도 안정된 동작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사체티가 인터뷰에서 언급했듯이 대칭형 푸시 풀 방식의 회로는 싱글엔드 회로에서는 불가능한 풀 밸런스드 동작을 가능해준다. 과연 그러한 기술적 차이점들이 P70에게 더 우월함을 안겨주었는지의 여부는 아래의 음질 부분 리뷰에서 다루기로 하자.

사실 밸런스드 방식의 동작은 PA 오디오 분야에서는 지극히 일반적인 기술이다. 장거리 신호 전송 및 증폭이 필수적이기에 재생 과정 중에 긴 케이블에서 오는 험이나 노이즈가 자연스럽게 제거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오디오 마니아들은 밸런스드 동작은 불필요한 복잡함을 야기하고 오히려 순수론적인 측면에서 왜곡의 가능성이 더 높다는 문제를 지적한다. 그 때문에 순수함이나 실용성을 강조하는 영국이나 유럽의 제품들에서는 아직 밸런스드 방식보다는 언밸런스드 설계가 많다. 반면에 미국의 하이엔드 하이파이 업체들은 필수 코스로 밸런스드 방식을 사용한다.




유니즌 리서치의 새로운 변화는 밸런스드 입출력이 가능해져 4개의 라인 레벨 입력, 1개의 출력 단자들이 모두 RCA 타입의 싱글 엔드 외에 각각 XLR 단자도 함께 지원된다. 기능적으로 색다른 것은 없고 모노 모드 스위치, 뮤팅 그리고 좌우 밸런스 조정 및 톤 컨트롤 등이 있다. 하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볼륨, 입력 셀렉터 그리고 모든 기능들의 제어가 가능한 고급스러운 나무 디자인의 리모컨이다. 손에 휘감기는 느낌도 좋고 사용도 편리하다.

스피커 단자는 다른 진공관 앰프들처럼 임피던스에 따라 여러가지가 있지 않고 6옴 부하에 최적화를 시킨 스피커 터미널 하나 뿐이다.

사운드 퀄리티

몇 년이 지나긴 했지만 유니즌 리서치의 Performance 앰프가 들려준 가장 인상적인 점은 진공관 특유의 미음의 감촉을 최대한 살려냈다는 점이었다. Performance의 그런 음질적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더 저렴하고 더 컴팩트한데 훨씬 더 강력한 소리를 내는 것이 P70의 특징이다.

대개 진공관 앰프들은 달콤함, 투명함 그리고 중역의 다이내믹한 표현력이 가장 큰 음질적 장점으로 꼽히는데 P70에서도 그런 요소들이 여실히 나타난다. 예전에 그리 뛰어나다고 느끼지 못했던 스테이징의 깊이감이 대단히 깊어졌고 작은 음량에서도 앰비언스 성분이 훌륭히 살아나 공간의 냄새를 느끼게 해주는 재능까지 보여준다. 덕분에 악기들 하나하나가 뽑아내는 음들에 잔향과 색채가 훨씬 배가되는 멋진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음질이 좋은 진공관 앰프들은 어쿠스틱한 악기의 재생이 매우 능숙한데 교향악곡처럼 복잡하면서도 다양한 텍스처를 갖는 녹음에서는 그 능력이 빛을 발하게 된다.




한편 보컬 녹음에서의 설득력도 대단하다. 미묘한 프레이징과 억양의 변화까지 그대로 잡아낸다. 하지만 열악한 녹음들일 경우 해상력이나 공간감이 떨어지는 진공관들은 덧칠로 녹음의 단점을 가려주지만 P70은 열악한 음질에 거튼을 치지 않고 단점 모두를 그대로 노출시킨다.

밸런드스 연결에서 음질적 우월성을 체크해보기 위해 버클리 오디오의 Alpha DAC를 연결해보니 싱글엔드에 비해 크게 음질이 달라지는 점은 없었다. 물론 음량의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테스트에서 윌슨 오디오의 Watt/Puppy 6 등을 연결해 들었는데 약간 더 밝아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음색이 지나치게 밝아지는 일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더 깨끗하고 내추럴하며 투명한 사운드가 되었다. 고역 끝은 훨씬 달콤하고 섬세해지며 보다 개방적인 사운드로 음에 억압감이 없이 술술 풀리는 순한 음의 재현을 보여준다.

흔히 진공관 앰프들이 갖는 단점이라면(채색이 심한 진공관 앰프들이 그렇다) 고역 끝의 롤오프 기미가 보여 음이 둥글게 연마된 느낌을 주거나 공간감이나 공기 냄새가 줄어들고 평면적인 소리로 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P70에서는 그런 기미가 일절 없다. 스피커의 트위터가 자신의 최대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또 다른 진공관 앰프들의 약점이라면 저음에 있다. 양감, 깊이감 그리고 순간적으로 임팩트한 타격감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P70은 이런 약점도 모두 극복했다. 힘이 밀리는 일이 없다. 물론 같은 급의 반도체 앰프의 힘과 에너지, 빠른 타격감에 비하면 일말의 부족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괴력의 앰프들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일 뿐이다. 어떠한 장르의 녹음을 들어봐도 저음의 부족은 없었다.  Watt/Puppy 의 감도가 높긴 하지만 이 스피커가 그렇게 쉽게 울리는 스피커가 아님에도 저음 부분에 있어서 ‘이거 아닌데’ 라고 할 만한 저음의 부실한 기미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P70의 저음은 깨끗하고 빠르며 생생한 저음으로 마치 진공관 앰프가 아니라고 해도 믿을 만한 탄력넘치는 저음을 들려주었다.


 

Interview | Gianni Sacchetti

교수이자 이 앰프의 설계자인 유니즌 리서치의 설계 엔지니어 지아니 사체티에게 이 앰프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보냈다. 제작자가 소개하는 P70에 대한 뒷 이야기를 전한다.

Q: 보편적으로 알려진 푸시 풀 앰프 설계 방식의 장점은 훨씬 더 높은 파워과 에너지 효율성에서 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이것 말고도 푸시 풀 앰프가 갖는 설계 상의 장점이나 개성이 있는가?


 A: 입력에서 출력까지 완전하게 밸런스드 회로로 제대로 동작하도록 구현할 수 있는가가 근본적으로 중요하다. 싱글 엔드 앰프에서는 출력단이 완전 대칭형 구조로 설계가 될 수 없다. 그래서 그 앞 단인 프리앰프 스테이지까지만 풀 밸런스드 동작이 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유니즌 리서치는 이번의 새 시리즈 앰프들을 설계함에 있어서 입력에서 출력까지 완전 풀 밸런스드 회로망 구성으로 설계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Q: 싱글 엔드 앰프에 비해 푸시 풀 앰프가 갖는 단점은 무엇인가? 음질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는가?


 A: 푸시 풀이 싱글 엔드에 비해 갖게 되는 유일한 단점은 기수차 하모닉 디스토션들의 발생할 위험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앰프에서 음이 재생될 때 본래의 오디오 신호 이외에 오디오 신호의 배수가 되는 주파수 신호들도 함께 발생이 된다. 이때 배수가 되는 하모닉스 성분들은 배수가 2, 4, 6... 으로 가는 짝수차 배수(우수)의 하모닉스들이 있고 1, 3, 5... 로 올라가는 홀수차 배수(기수)의 하모닉스 성분이 있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홀수의 배수인 기수차 배수들의 하모닉스 성분이다. 이 성분들은 우수차 하모닉스와 달리 음을 딱딱하게 하거 음을 열화시킬 소지가 많다. 따라서 음이 부자연스러워지는 문제의 요인이 된다. 그것이 푸시 풀에서는 음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따라서 기수차 하모닉스가 증폭시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출력 트랜스포머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그렇게 할 경우 3차 하모닉스 성분이 2차 하모닉스로 낮춰진다.


Q: 유니즌 리서치의 예전 푸시 풀 회로들과 비교할 때 이번 앰프에 새로이 등장하거나 시도한 회로적 설계의 변화가 있는가?


 A: 유니즌 리서치의 새 푸시 풀 앰프들을 위해서 우리는 출력관들의 극성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도록 해주는 전자 회로를 탑재하여 앰프를 설계했다. 이는 유니즌 리서치의 이름으로 자체 개발된 회로이기 때문에 특허권 요청을 시도할 예정이다.

이 바이어스 회로를 통해 출력관에 흐르는 전류들은 언제나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하여 앰프가 전원을 넣은지 몇 초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최적화된 동작으로 좋은 사운드를 낼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관이 새로 꼽은 신관이든 오래써왔던 구관이든 관에 상관없이 언제나 좋은 소리를 낼 수 있게 해준다.


Q:
 같은 이탈리아의 진공관 앰프인 그라프 같은 경우는 GM50 앰프에 KT90을 쓴 바 있다. 굳이 KT88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A:
 우리가 KT88 관으로 앰프 설계를 결정한 이유는 KT88이 전세계 어디에서나 구하기 쉬운 보편적인 관이기 때문이며 수급에 문제가 없는 관이면서도 음질 또한 뛰어난 관이기 때문이다. 아주 좋은 음질을 지녔다. P70에 KT88 대신 KT90을 장착하는 것도 가능하다. 약간의 손을 보기만 하면 된다.


Q:
 P70의 회로 설계로 볼 때 사용된 진공관들의 페어 매칭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


 A: 관의 선별은 모든 진공관 앰프들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특히 밸런스드 방식으로 설계한 앰프에서는 특히 더 중요하다.


 Q: P70에 사용된 관들의 경우 동작 수명이 얼마나 되는가?


 A: 내 경험상 비춰볼 때 진공관들의 평균 수평은 ECC 시리즈들은 약 3,000 시간 정도이며 파워 출력관의 경우는 약 1,500~2,000 시간 정도다. P70에 사용된 진공관들은 그 정도 이상이 될 것이다. P70은 새로 개발한 바이어스 회로의 사용 덕분에 관의 수명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Conclusion

이 앰프는 인상적인 수준의 자연스러움과 중립적인 음색 그리고 투명한 음을 지닌 진공관 앰프라 할 수 있다. 섬세하고 달콤하며 투명한 사운드를 지닌 앰프로 특히 중역과 고역에 걸쳐 그 강점이 살아있다.

스타일링 또한 매력적이고 상급기를 비롯한 예전 유니즌 앰프들에 비해 훨씬 컴팩트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유저들이나 시스템을 만족시켜줄 만한 파워풀한 힘을 지녔다.  세련된 중립적 사운드와 어떤 음악을 울려도 아쉽지 않은 저음을 내준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즐거움이 가득한 소리를 내주는 진공관 앰프로 섬세함과 투명도의 중역이 대단히 매력적이며 달콤하고 개방적이면서 확장감이 느껴지는 고역의 끝 또한 이 앰프의 백미 중 하나다. 진공관적인 착색도 없어 전대역에 걸쳐 중립적인 앰프라 부를 만하다.






※ 주의 : 본 컨텐츠의 텍스트와 스튜디오 촬영 사진에 대한 저작권은 'TINMAN'에 있습니다. 저작권자의 동의없는 무단 전재는 실정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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